<카페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상이 어느새 꿈이 되어버렸습니다.>

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코로나 사태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물론 좋았던 일들이나 좋지 못했던 사건들도 생각나지만..

코로나의 임팩트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역대 최장기간의 휴가제한..

부대 내 모든 행사 취소 혹은 간소화

선임들의 미복귀 휴가로 인한 빠른 전역 (a.k.a. 조기전역)

20년 2월에 병장을 달자마자, 다른 의미로 제 군 생활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갔고, 나는 그져 뒤처졌을 뿐..>

본래 6주마다 정기적으로 휴가를 나가는 공군병이지만

어느덧 다들 10주 이상 못 나가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되었고

평소에는 친절하고 아량 넓었던 선후임들이 하나둘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코로나가 바꾼 세상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군 내부보다 밖에서의 상황이 매우 심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군 입대 전 몸을 담았던 스타트업의 정규직은 모두 사라졌고,

저를 대학생에서 강사로 거듭나게 해준 고등학교는 반년째 수업을 안 하다가 5월부터 등교를 시작하게 되었고,

제가 돌아가야 할 대학은 이미 돌아가지 못하게 된 지 오래였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취업 시기를 피할 수 있어서 안도감이 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제 막 복학한 대학 동기들의 막막함을 보면서 걱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긴 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다른 전역자들이 모두가 하는 말, 그때는 길지만 전역하고 보면 짧다라는 말이 체감되는 요즘입니다.

5월 8일에 휴가를 나온 그 날,

이제는 휴가를 나간다는 것조차 설레지 않고

무감각해진 나 자신을 보며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의심했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 보니 파도처럼 몰려오는 무상함.

그저 든 생각은, 그동안의 1년 10개월이 눈 녹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는 것.

너무나도 허망하게 인생의 20대의 2년 가까운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나도 허탈하고 짜증이 났습니다.

이래서 다들 군 생활 중에 공부 혹은 자격증을 따라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2년간의 공식적인 기록은 군 복무를 마쳤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 깃헙에 그동안 올린 공부 내용들
  • 깃을 깊게 이해하고 잘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 깃헙의 CI 도구인 Github actions를 다루면서 CI&CD가 무엇인지 느껴볼 수 있었고
  • Jekyll을 사용하여 블로그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 Vue.js와 node.js로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보았고
  • 웹서비스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 2019 국방소프트웨어아카데미 집체교육을 통해 안드로이드 앱 개발 능력과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것
  • 한글과 엑셀 다루는 능력이 좋아졌고
  • 요리를 해 먹다 보니 요리 실력이 늘었다는 것
  • 탁구를 칠 수 있게 된 것 등.

(적다 보니, 뭔가 하기는 했군요.. 😅)


이렇게 생각을 하나씩 곱씹어보면..

군 생활 중 그저 허송세월로 보낸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는 1년 9개월간의 내 인생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출발해야 할 시기겠죠?

7월 8일,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국가에 진 빚인 국방의 의무를 해결하게 됩니다.

조금씩 쉬어가며 사회라는 문을 열 준비를 해야겠죠.

사실 저는 빨리 문을 열고 싶고, 그 순간이 매우 기다려지면서 설레기까지 합니다.

전역을 하고, 부대 영문을 통과할 때,

저번 휴가 때 느꼈던 무상함이 아니라

기쁨과 희망, 설레임, 안도감,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를 느끼고 싶습니다.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네요.. :D


친구들, 가족, 지인들!
다음엔 꼭 만나요!!… 🤞
이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2020. 6. 25.
싸지방에서..